이런저런 생각

인간이란 고슴도치다.

Grace Jeong 2023. 10. 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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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30대이다.
초중고 학창시절, 대학시절을 거쳐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 왔고, 또 반이 이동하고, 사는 지역에 달라지고 서로 관심사가 달라지고
나이 먹고 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친구의 시커먼 속마음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객관적으로 봐도 나는 사람 사귀는 데에 흑심이 적은 편이었다.
그냥 대화 잘 되고 통하는 거 많으면 친구로 잘 지냈고, 얘는 진짜 베프다 싶은 애들도 여럿이었다.
30대가 되면 예전 친구들과 많이 멀어진다고들 한다.
나도 30대이니 그런가보다 해도, 20대 초중반 뭣도 모르고 참아준 친구도 아닌 애들 손절은 그렇다치고
잘 맞고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 친구들도 지내다보면 정이 떨어지는 순간들이 생기더라.
 
최근에는 그나마 내가 제일 잘 맞고 가끔 이상한 데 빠져서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배려심 있고, 서로 잘 맞다고 생각한 친구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서 실망을 해버렸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멀리서 가끔 만나서 밥 먹고, 가까기 지낸 지 몇년이나 되었는데 나는 이 친구의 치명적인 단점을 보았다.(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관계에서 인간적인 실망을 한 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 친구가 이렇게 뻔뻔한 애였나? 이렇게 AI 같은 친구였나? 
내가 기분 나쁜 이유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라도 황당하고 어이없을 상황인데...
예시를 들어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한다.

지금껏 내가 만나온 친구가 AI 같이 느껴진적은 또 이번이 처음이다.
대화가 안 통했다. 설명을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답을 해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인간관계, 친구관계에 대한 현타가 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알던 애가 착한 소시오패스의 한 부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예 그 생각이 이상하다는 걸 자각조차 못하는 것 같았다.


인간이란, 항상 거리두고 봐야할 존재들인가?
고슴도치 그림이 생각난다. 쇼펜하우어가 인간관계를 고슴도치에 비유했다고 한다.
인간관계란 고슴도치라서 외로워서 가까이 붙으면 서로의 가시에 '아야' 하고 찔린다고.
그 날의 나와 내 친구는 고슴도치들 같았다.

사람은 거리두고 만나고, 일이나 열심히 하자. 대작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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