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내가 사회복지사를 포기한 이유

Grace Jeong 2024. 7. 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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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 전공은 사회복지학과이다.

 

내가 어렸을 때 몸이 안 좋았었는데,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도움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나쁜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한비야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아동복지 NGO에서 일하고 싶었다.

 

나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학부 1학년 때부터 멘토링, 봉사활동, 아동권리 대외활동 등 

많은 활동들을 해왔다.

 

그리고 점점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야심차게 사회복지학과에 와서 졸업 전 진로를 변경하고 연구직을 하기로 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클라이언트인 '아동'을 대하는 일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다.

그렇지만, 항상 나와 잘 맞는 바른 아이들만 만나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일을 그때는 체감하지 않아서 막연한 생각으로 차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아이들에게는 화 한 번 안낼 수 있지만, 나를 너무 소모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일, 나에겐 힘들었다. 

내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2.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려면, 현장실습을 해야 한다.

원래 한 번만 하면 되는데, 나는 학교 방침상 실습을 두 번 했다.

한 번은 큰 기관 소속의 종합사회복지관, 두 번째는 아동생활시설이었다.

 

첫번째, 종합사회복지관에서의 실습에서 나는 미래의 동료들을 만났다.

복지사선생님들과 실습동기들.

이 중에서 나는 복지사선생님들은 모두 좋은 분이셔서 좋았다. 멋있었다.

그런데, 실습동기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이 내 미래의 직장동료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암담해서 사회복지현장 보다 정책연구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실습동기가 나 포함 12명이었는데, 남자 3명, 여자 9명이었다.

일단, 나는 성별이 균형잡힌 집단을 좋아한다.

지역의 다양한 학교에서 골고루 1~2명 실습을 하기 위해 모였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나처럼 학교에서 혼자 온 경우도 많았고

유독 많은 곳이 있었는데, 이는 해당 학교 교수님의 부탁으로 온 것이었다.

 

좋은 동료들도 많았지만, 1/3 정도는 내가 싫어하는 행태들을 여실 없이 보였다.

일도 일이지만, 후에 연락을 하고 싶지 않은 동료들이었다. 

물론, 나도 표정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편이라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었겠지만...

 

내 기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많이 보았다.

 

1) 실습 리더 언니

-쓸데없이 시기, 질투 많아 이상한 걸로 꼬투리 잡고 뒷담화 하는 타입

-마지막에 인턴쌤은 동갑이라서 선생님이라 하기 싫다며 챙겨주기에서 빼버리는 꼬인 심성

-통신사 할인 카드를 빌려가놓고 돌려주지도 않고 말도 않고 사적으로 쓰고 다님

  -> 물건 빌린 것에 대한 개념, 소유개념이 없었다. 그냥 재발급 받았다.

-친한 동생의 불참 엠티비는 면제, 안 친한 사람은 받아내는 이상한 계산법

-공사 구분을 못하는 타입

-밥 먹을 준비하려고 상추 먼저 씻어놨다고(?) (다른 동료가 하자고 해서 함) 뭐라뭐라 혼냄.

그 친구가 자기가 그러자고 했다고 하니 조용...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상추 먼저 씻어놔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 괴롭히는 성향인 듯. 실습 아니면 만나지도 않았을 타입

 

2) 이상한 자격지심 동료1

-다른 사람 앞에서는 세상 천사같이 소심한 척 하며 아무말도 못하는 사람인 척...

-나와 둘이 있을 때 돌변해서 "너만 잘났다고 생각하지마." 갑자기 충고.

 (나 실습하면서 학교 자랑한 적 없고 부끄럽지만 오히려 내가 피곤해서 많이 졸았다.

내가 그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학교 출신이긴 했다.) 

-복지사선생님 들어오면 돌변해서 착한 척... 이중인격 같더라.

Y지현아... 다른 애들 아무도 너가 나한테 이상한 짓 한 거 모를걸? 하도 어이없어서 네 이름 생각난다. 

너도 잘났으면 지금은 뭐하고 있니? 클라이언트들한테 그러지는 않지?

 

3) 사리분별 못하고 늘 뒷담화 하는 동료1

-말이 많은데, 모든 일에 평가, 모든 사람 평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내내 불평불만

-선생님 앞에서 다른 사람 나쁜 사람 만들기 

-실습 종료 후 다른 기관 주말직원으로 일을 해서 추가 봉사를 못한다고 했다.

-> 너랑은 도저히 못 놀겠다고 이상한 비난을 해댐... 아니, 다른 기관 일을 포기하고 봉사하러 가야 하나?

사리분별을 못해도 너무 못하고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아무말이나 비난, 평가.

 

4) 실습 리더 언니와 편이 되어 이상한 계산법 옹호하는 사람

-친한 동생한테는 돈 안 받았겠지. 정산 제대로 안 함.

 

물론, 무난하고 정말정말 괜찮았던 친구도 있었다. 이 친구는 어딜 가도 잘할 것 같았다.

이 친구랑은 계속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럼 나머지도 봐야 해서 그냥 끊었다.

예쁘고, 귀엽고, 성실하고, 착하고, 글도 잘 쓰고 모든 점이 좋았던 친구다.

 

그런데, 12명에, 아니 1명이 거의 안 와서 11명에 4명이 각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이들이 내 미래의 직장동료라고 생각하니 너무 암담하고 한숨 나오더라.

그리고, 신규 복지사 선생님(멘토는 아니었다), 일이 많아서 그런지 괜히 짜증부리고... 이상했다. 

 

그리고 나는 남자건, 여자건 이상한 시기, 질투, 자격지심 너무 싫어하는데

사회복지현장에 일하러가면 클라이언트도 힘든데,

동료들 인성도 이상해서 사방에서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돌아섰다.

자기들이 이상하고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되서 어울리기 싫어서 모임에 참여를 안 하는데,

또 그거 가지고 선생님한테만 연락하고 자기들한테는 연락 안 한다며 뒷담...;;;;;

(선생님은 합리적이고 좋은 분이셔서 연락하지...;;)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안 그런 애들은 안 그런데, 저런 저열한 행동들이 너무 싫었다.

객관적인 관점이나 이치에 맞는 생각을 못하고 목소리 크게 해서,

여러명으로 몰아 부쳐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는 사람.

같이 일하던 실습생 동기들 나이가 많거나 비슷해도 미성숙한 인성 불쑥불쑥 너무 싫더라.

나도 눈치 없는 행동을 하긴 했던 것 같은데, 심술, 악의를 뿌리고 다니지는 않았다.

왜 저러고 이상한 걸로 시도때도 없이 트집잡고 뒷담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3.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한 문화

 사회복지업계가 지역에서 굉장히 좁고, 네트워크가 중요시 되는 집단이다.

일하다보면 다른 복지관 등과 협업해야 할 일도 많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 많이 어울리는 게 너무 지친다.

위의 이상한 실습동기들도 한 몫 했지만, (뭐만 하면 말 많고 뒷담화에, 이상한 사고방식 등...)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 혼자 조용히 책 읽고 연구하는 것이 내 천직임을 알았다.

연구직도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연구직은 독립적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일단,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 좋은 사람, 무난한 사람 등 다양하지만, 

대학원 진학 후 동료들의 평균적인 인성이 많이 올라간 느낌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 사리분별이 명확하고 합리적인 대화가 된다.

사소한 걸로 트집잡지 않는다. 공사구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더 좋고 싫어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저렇게 저열한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대다수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경우가 많고(동료에 국한) 

전문직인만큼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존중하는 문화가 기본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

개인플레이가 기본이라 특별히 얽힐 일이 없다면 그 사람과 안 지내면 된다.

사회복지 업계는 이상한 동료라고 하더라도 함께할 가능성이 많다.

 

4. 현실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적은 급여

 -이는 워낙에 많이 알려져셔... 그리고 나는 체력이 약해서 힘들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가 돈 받는다고 꼬인 시선으로 보는 일반인들

 -사회복지사가 봉사자인가? 전국에 그 많은 사회복지학과는 봉사자 양성소인가?

 -사회복지사자격증은 봉사자 인증서란 말인가? 

 -할 말이 없다....;;;;;

 

*총론: 내가 사회복지업계를 떠난 이유

1)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깨달음
2) 미리 경험한 미래동료들의 인성, 뒤틀린 심성이 싫어서
3) 성별 균형 잡힌 조직이 좋아서
4)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문화가 내 성격상 안 맞다는 것을 느낌
5) 몸을 갈아넣어 일하지만 월급은 적고, 그마저도 아니꼬와하는 일반인들...

***참고로 내 과동기도 처음에 복지센터에서 일하다가 동료들 뒷담화 문화, 일처리 제때 안 하고 쌓아두는 점,
주로 나누는 대화 등에서 결이 안 맞아 퇴사하고 공무원한다.
이직한 친구의 말,
"공무원하니까 그래도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좋다. 물론, 여기도 일 안하는 고인물 많아서 짜증나."

***별개로 유치원 교사, 간호조무사로 일하려던 또 다른 친구도 심사가 뒤틀린 사람이 많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어 진로를 완전히 접고 다른 곳에서 일하는데 만족한다고 하였다.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

***어디까지 저와 제 지인의 경험이며, 열심히 바르게 일하시는 사회복지사분들 아주 존경합니다.***

 

물론, 어딜 가도 이상한 사람은 넘쳐나고, 나는 사회복지동료니, 연구직동료니 모든 것을 떠나

사람과의 관계에 많이 질려 있어서, 그걸 최소화 할 수 있는 지금의 직업에 만족한다.

지금 나는? 독서실 독실에 박혀 혼자 열심히 책 읽고, 연구한다.

그리고 공부할 때 생각을 많이 하면 과거의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많이 떠오르는데, 

아주 오래 전 사회복지실습 때의 불쾌한 동기들이 생각나, 잠시 머리 식힐 겸 포스팅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실습 때 미리 그걸 깨달아서 진로를 전환하게 되었으니 참 고맙다.

덕분에 나는 적성에 맞은 위대한 연구자가 될테니까.ㅎㅎ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내가 사회복지재단 운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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